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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있는 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일부분만 수정하였습니다*


게임을 하는 것은 참 재미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재밌지만,

재미보다는 '한다'에 집중해 한 말입니다.

 

사람의 취미를 묻는다면 대개 아래와 같은 답을 하곤 합니다.

 

책을 읽는다

영화를 본다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게임은 위의 3가지와는 다릅니다.

컨텐츠를 소모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게임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이유는

같은' 해리포터'라는 컨텐츠를 다루더라도

책과 영화와 음악과 같이 아티스트의 의지대로가 아닌

캐릭터가 이 게임을 지배하는 '나'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즉, 수용하는 것이 아닌

직접적 개입을 통해 컨텐츠가 자신에게 맞춰 변해간다는 것이죠.

 

게임의 재미중 하나인 '자유도' 가 그런 특징을 반영한 요소인데,

자유도라는 것에 대한 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저는 개인적으로

'플레이어의 충동적이고 예측 불가한 의지를 게임이 어디까지 소화해 낼 수 있느냐?'

라는 것이 자유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유도가 없는 게임은 플레이어의 의식을 게임의 의도대로 흘러가게 만들도록

여러가지 장치를 설정해 둡니다.

해당 장치들이 없거나, 플레이어의 의식을 조종하는 데 실패할 경우,

플레이어는 '자유도가 없다' 며 지루해 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GTA의 자유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결국 GTA 역시 플레이어의 의지를 '폭력'으로 유도하여 그 폭력과 관련된 사항에

제약을 두지 않는 것으로 자유도를 느끼게 하는 게임입니다.

GTA에서 여러분이 경찰이 되어 갱들을 소탕하고 범죄자를 체포할 수 있나요?

플레이어는 법을 부수는 존재이기 때문에 법을 지키려 하는 존재가 되고싶어하지 않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동네 마트가 과일만 팔고 싶어서 간판을 '과일가게'로 바꾸는 식입니다.

채소는 없지만, 플레이어들은 불평하지 않죠. 자신들은 채소를 사러 온 게 아니니까요.


...다시 GTA로 돌아와서...


물론 자유도를 제공하는 데에는 어느정도의 제약도 필요합니다.

GTA에 경찰의 존재가 그것인데,

경찰의 존재를 도입함으로 플레이어로 하여금

현실적인 조건에 두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게임이 의도한 '폭력'에 빠진 플레이어는

경찰도 박살내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 때 플레이어는 재미를 느끼는데, 이것은

게임의 틀을 어김으로서 주는 벌을 자신이 거부할 수 있다는 데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입니다.

 

즉, GTA는 플레이어에게 넘을 수 있는 벽을 만들어 두고,

벽 너머에는 밟지 않을 수 있는 압정을 두는 방식으로

플레이에 재미를 주는 것입니다.

 

그림으로 보자면 이런 것이죠.


무제-1_1.png.jpg
 

플레이어는 게임이 제시한 벽(사람을 죽이지 마라)를 넘는데에 따르는 가시(경찰과 군의 추적)

를 넘어 자신의 의지가 원하는 지향점(폭력적인 게임플레이)를 하고자 합니다.

물론 여기서 '플레이어의 지향점' 이라고 적어두었지만

플레이어는 이미 GTA를 플레이하며 게임이 의도한 대로 자신의 지향점을 설정해 둔 상태입니다.

 

그러면 플레이어는 패널티를 감수하고 벽을 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자유는 울타리와 제한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자유도를 느끼기 위해선 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플레이어는 벽을 넘는다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암암리에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동시에 패널티를 기대하게 됩니다.

위의 사진에서 가시가 없어지면 플레이어는 벽을 넘는다는 것이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몰입의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경찰과 군인 없는 GTA는 총을 든 진삼국무쌍과 다를 게 없습니다)

 

(물론 예외는 어디에나 있는 법입니다. 세인츠로우는 말 그대로 벽도 가시도 없애버려

플레이어로 하여금 GTA에 비교하여 '어? 자유롭다!' 라는 느낌을 주게 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게임측면에서는 별로입니다. 치트키를 남발하는 GTA가 재미없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밸브의 포탈 2를 플레이 하던 중 경악할 만한 방이 하나 있었습니다.

흰 젤리를 벽에 묻히면 해당 부분에 포탈을 쏠 수 있게 하는 점을 사용해서,

플레이어가 하여금 방의 모든 부분을 점진적으로 흰 젤리를 칠할 수 있게 한 방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 코멘터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플레이어가 게임의 규칙을 깬다는 느낌을 주게 하고 싶었다'

라고 스스로 밝힙니다.


게임의 교묘한 장치를 거쳐가면서,

플레이어들은 본인의 자유의지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라고 느끼지만,

사실은 게임의 의도대로 행동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게임의 자유도입니다.

위에서 밝혔다시피, 완전하게 자유로운 게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유도 최강! 이라고 광고하는 심즈도, 결국 제시하는 수많은 선택지 안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게임이잖아요.

 

길을 만들어 주고 골라 가는 게 자유도일까요?

진짜 자유도라면 길을 무시하고 걸을 수도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게임을 만들 때에는 항상 플레이어에게 어느 정도 규모의 놀이터를 만들어 주되,

플레이어가 그 놀이터 밖을 나갈 생각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보자면, 플레이어가 가고자 하는 생각이 들 만한 곳은

모두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플레이어가 자유도를 느끼는 상황은 다음의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1. 갈 수 없는 장소가 없을 때

2. 게임 내 캐릭터를 죽이거나 세계관을 흔드는 것에 제약이 없을 때

3. 특정 상황의 해결 과정이 정해져 있지 않을 때

4. 퀘스트를 강제하지 않을 때

 

즉, 버그나 오류를 일으키지 않고 위의 자유도를 모두 구현하기 위해선

비단 프로그래머가 갈려나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성, 스토리텔링, 세계관과 AI 등 모든 종합적인 요소들이

요구되기 때문에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요소들이 아닙니다.


다크 소울을 예로 들어볼까요?

다크소울은 수많은 길을 플레이어에게 제시해 주고,

어느 길을 가느냐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특정 보스들까지도 스킵이 가능하죠.

(대표적인 예가 비룡입니다.)

또한 게임 내의 중요 NPC들을 모두 죽일 수 있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자유도가 게임의 재미를 판단하는 전부는 아닙니다.

게임은 다양한 컨텐츠가 복합적으로 구성된

말 그대로 멀티미디어이기 때문에,

자유도 말고도 스토리, 그 스토리의 전달방식, 사운드, 직관성, 인터페이스,

그래픽, AI, 연출, 밸런스 등등 게임을 판단하기 위해

요구되는 분야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나 구현하기 복잡하고 어려운 자유도를 포기하는 대신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의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더욱 면밀하게 구조를 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것이 바로 직관성입니다.


JRPG에서 파생된 알만툴로는

자유도를 구현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때문에 아마도 가장 중요한부분은 직관성이겠지요.

다음엔 직관성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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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대왕 · 철창노틸 · 비밀[)?(]아이 ·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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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노틸

2015.03.24 20:01:28
*.33.94.179

그림이 엑박임. 네이버 외부링크 안됩니다.
profile

클릭N드래그

2015.03.24 20:14:30
*.201.250.43

수정해야지 했는데 잊어먹었군요, 수정하겠습니다
profile

양쭌

2015.03.26 19:49:49
*.121.80.38

이런 유익한 글이라니!!
역시 똑똑하신 클릭N드래그님이
자랑스럽습니다! :D

title: 태극기FLOWER

2015.05.19 07:59:52
*.227.237.93

전 gta 를 폭력으로 하는게아니라 자동차를 자기맘대로 패치할수있다는것에 유도을 두고잇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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